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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시장 개관(3) - 우리나라의 주택시장 주기

부동산 이야기

by Blue Dot 2025. 5. 4.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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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거시 경제에 고점, 저점 등 주기가 있듯이 주택경기에도 주기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일부는 더 나아가 그 주기가 10년이라고도 한다. 그러니까 고점에서 다음 고점 또는 저점에서 다음 저점까지 약 10년의 주기로 반복된다는 말이다. 실제로 진폭(고점과 저점의 차이)은 다를지라도 우리나라 주택경기에도 주기가 보인다. KB부동산(주택은행이 KB국민은행으로 통합되기 이전에는 주택은행의 부동산연구소)이 통계를 산출하기 시작한 1983년 이후부터 지금까지의 약 40년을 3주기로 나눌 수 있다. 물론 지역별로 차이가 있으므로 하나의 기준으로 나눌 수 있는 주기라고는 볼 수 없다. 어떤 경우에는 전국 단위의 주기로, 어떤 경우에는 특정 지역, 이를테면 서울의 주택경기를 중심으로 주기를 나누기도 한다. 이러한 지역별 차이는 나중에 더 자세히 다루기로 한다.

우선, 주기는 아래의 그림과 같이 최저점에서 다음 최저점까지 또는 최고점에서 다음 최고점까지를 의미한다. 최저점에서 최고점까지는 상승기, 최고점에서 다음 최저점까지는 하락기이다. 물론 상승기를 초기는 회복기, 후기는 호황기로 다시 세분하고 마찬가지로 하락기를 쇠퇴기와 침체기로 세분하기도 한다.


위의 주기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1980년대 이후 우리나라 주택경기의 주기를 3개로 나누어 보면 대략 아래의 그림과 같다. 물론 위의 그림처럼 분명하게 주기가 드러나는 것도 아니고 장기적으 로 상승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언뜻 봐서는 주기가 없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 추세를 제거하고 나면 희미하게나마 주기가 있음을 알 수 있고, 다수가 동의하는 주기를 나눌 수 있다. 다음의 그림은 우리나라 전국 및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을 기준으로 나눈 주기이며(아파트를 포함한 주택 매매가격을 기준으로 구분하여도 비슷하다), 제2주기의 경우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하락기가 뚜렷하지 않음에 따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을 기준으로 구분하였다.
 


우선, 제1주기는 1987년 9월부터 1998년 11월까지의 11년 1개월의 기간이다. 이 기간중 1987년 9월부터 1991년 4월까지 3년 7개월간은 상승하였고, 1991년 5월부터 7년 6개월간 하락하여 1998년 11월에 다시 저점을 기록하였다. 물론 이 기간 일시적으로 상승한 적도 있다. 제1주기의 상승기 동안에는 우리 경제가 저금리, 저유가, 저환율(엔화 대비 원화의 가치 하락)로 일컬어지는 소위 3저 현상으로 인해 호황을 보인 데다, 국제수지가 흑자로 전환하면서 국내 유동성도 매우 풍부해졌다. 이에 부동산 경기뿐만 아니라 주식시장도 활황을 보였다. 그러다가 이후인 약 7년 6개월 동안은 주택경기 하락기가 이어졌는데 이때에는 대규모 신도시 개발과 1997년말 발생한 IMF 외환위기가 치명적이었다. 특히, 외환위기 당시에는 기업들이 보유한 부동산을 매각한 데다 직장인 들의 정리해고로 주택을 처분하면서 주택 가격 하락 가속화되었다. 한편, 이 시기에는 신규 주택 공급뿐만 아니라 토지초과이득세법, 택지소유상한제, 개발이익환수법 발효 등 토지 공개념과 부동산 실명제 도입 등 제도적 요인도 주택경기 안정화, 나아가서는 가격 하락에 영향을 주었다.

제2주기는 1998년 12월부터 2014년 7월까지의 15년 8개월의 기간이다. 이 기간중 1998년 12월부터 2008년 9월까지 9년 10개월간은 상승하였고 2008년 10월부터 5년 10개월간은 하락하여 2014년 7월에 다시 저점을 기록하였다. 외환위기 이후 서울 주택가격은 완만하게 상승하기 시작했는데 이러한 상승 추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지속되었다. 특히 이 시기 주택 가격 상승률은 매우 커서 각종 부동산시장 안정화 대책을 시행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버블을 막지 못했다. 아마도 글로벌 금융위기 가 아니었으면 상승폭이 더 컸을 것이다. 이 기간의 급격한 상승은 은행들이 외환위기로 기업 대출을 줄이고 주택담보대출을 크게 확대한 데 주로 기인한다. 여기에다 외환위기로 주택 건설에 나서지 못해 주택 공급이 위축되었던 점도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 한편, 각종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한 규제도 함께 도입되어 시행되었는데 이러한 규제로 인해 향후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큰 충격을 받지 않았지만, 위기 이전까지 주택 가격 상승을 유발하는 부작용을 초래한 것도 사실이다. 예를 들어 서울을 대체하는 지방의 택지 개발로 엄청난 규모의 토지 보상금이 풀렸는데, 이 자금이 서울과 수도권 부동산시장으로 유입되면서 가격 상승을 자극하였다.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는 우리나라 주택경기에도 영향을 미쳤다. 비록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실물경제는 상대적으로 양호했으며 주택시장의 대규모 부실화도 없었지만, 전 세계적으로 나타난 부동산시장에 대한 위축된 기대심리는 주택 가격의 하락을 초래하였다. 국내외 중앙은행이 정책금리를 급격히 낮춰 통화를 공급 했지만, 유동성이 금융기관 내에서만 머무를 뿐 실물경제나 부동산시장으로 유입되지는 않았다. 서울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이 하락하자 당시 정부는 2012년 강남 투기지역 해제, 민영주택 전매 제한 및 재당첨 제한 폐지, 양도세 비과세 기간 조정 등의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면서 대응하였다. 이러한 정부 대책에도 2014년 중반까지는 서울 아파트 가격은 하락하거나 정체되었고 이후 저금리로 풍부해진 유동성이 부동산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저점을 찍고 반등하기 시작하였다.

마지막으로 제3주기는 2014년 8월부터 지금까지 진행 중이다. 서울 아파트 가격은 2014년 7월 저점을 찍은 후 2022년 7월까지 8년간 81.0% 상승(KB부동산 지수 기준)하였다. 상승의 시발점은 ‘빚 내서 집 사라’(실제 발언의 진위는 차치하고 대중들은 그렇게 알고 있다)로 알려진 박근혜 정부의 대규모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인 ‘초이노믹스’이다. 그러다가 코로나 팬데믹으로 재차 낮아진 금리 환경을 배경으로 급격하게 늘어난 유동성이 매개가 되어 2020년 하반기부터 주택 가격이 급등하였다. 여기에 가격 상승의 주된 요인이 공급 부족(물론 수요 증가도 가격 상승을 견인했지만, 그보다 더 큰 요인은 공급 부족이었다. 뒤에서 더 자세히 다루도록 한다)임에도 당시 문재인 정부의 대책이 수요 억제에 초점이 맞춰진 점도 가격 상승을 더욱 가중시켰다. 심지어 연이어 발표한 부동산시장 안정화 정책이 가격 억제보다는 주택 가격이 오르고 있다는 신호 효과로 작용했다. 지속될 것 같았던 주택 가격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원자재 공급 부족과 코로나 이후 늘어난 보복 수요 등으로 물가가 급등하고 이에 대응하여 우리나라 를 비롯한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정책금리를 인상하면서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2024년 들어 하락세가 다소 진정되고 서울을 중심으로 일부 지역은 상승세로 반전한 상황이다. 만약 분명한 저점이 확인되면 그때까지가 우리나라 부동산 경기의 제3주기이 며 이후 제4주기가 시작된다고 봐야 한다.

우리나라 부동산 경기가 정점에서 쇠퇴·침체기로 전환하는 과정에는 역사적인 사건이 있었다. 제1주기에서는 ‘IMF 외환위기’ 이후 주택 가격이 하락 반전했으며, 제2주기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그 역할을 하였다. 제3주기에서는 인플레이션에 따른 고금리가 상황을 반전시켰다. 반면, 부동산 경기 과열을 완화하는데 우리정부의 대책은 드라마틱한 효과를 내지는 못했다. 한편, 부동산 경기가 침체기에서 회복기로 전환하는 데에는 공통적으로 저금리로 인한 풍부한 유동성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물론,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처럼 저금리의 시기라고 해서 반드시 부동산 경기가 호전된 것은 아니었지만 부동산 가격 급등기에는 대체로 저금리가 자리 잡고 있었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종합하여 정리하면 아래의 표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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