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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시장 개관(6) - 전세제도

부동산 이야기

by Blue Dot 2025. 5. 5.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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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특이한 주택임대차 형태인 전세(傳貰)는 주택임대차계약 상 특수한 임대료 지급 방식임과 동시에 금융 측면에서는 환매조건부 무이자 모기지에 해당한다. 전세가 우리나라 고유의 그리고 유일한 제도는 아니지만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극소수 국가인 점에서 특수한 제도인 것은 분명하다. 임대인은 사금융을 통해 적은 자기자본으로 주택을 소유하고 가격 상승을 기대한 자산 증식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으며, 임차인은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일정 기간 안정적인 거주를 보장받는 동시에 주택 매수를 위한 종 잣돈을 마련할 수 있다.

전세의 기원
전세(傳貰)제도는 우리나라 주택시장에서 특수한 지위를 가지고 있으며, 전 세계에서도 그 예를 찾기 어려워 심지어 우리나라만의 특수한 제도로 인식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전세의 기원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전세가 가사전당(家舍典當)에서 유래되었다는 설과 환퇴(還退)에서 유래되었다는 설(장창민, 2002)이 현재로서는 가장 유력하다. 이에 더하여 세매(貰賣)관습이 현행 전세의 본질에 더 가깝다는 견해(문준영, 2013)도 있다. 앞의 두 견해는 전세 관습의 형성 시기를 19세기 말로 추정하고 있지만, 세매관습 유래설에 의 하면 전세가 18세기 전후에 나타났다고 본다.

우선, 전당은 부동산의 소유권을 담보로 한 금전대차로, 채무자(현행 전세에서는 임대인<집주인>)가 부동산을 담보로 자금을 융통하고 기한 내 자금을 갚지 않으면 그 담보의 소유권이 채권자(현행 전세에서는 임차인<세입자>)에게 귀속되었으며, 환퇴는 주로 토지의 사 용권을 매개로 금전대차가 이루어졌다. 채무자가 토지 사용권을
담보로 자금을 융통하고 채권자는 토지를 경작하여 나온 수확물을 이자로 수취하였다. 두 제도 모두 일정 기간이 지나면 융통한 자금을 상환하고 담보를 되돌려주는 특약이 있다. 한편, 현재의 전세는 주로 주택의 용익권(用益權)을 담보로 임대인(집주인)이 임차인(세입자)으로부터 자금을 융통하는 방식인데, 조선시대의 세매보증금 반환 체계와 가옥의 용익물권적 사용 성격을 가지고 있어 이것이 현행 전세제도와 더 유사하다는 것이 세매 유래설이다.

전세, 월세 그리고 반전세
앞서 기술한 대로 우리나라 가구의 주택 점유 형태는 크게, ‘자가’와 ‘임차’이며, 임차는 다시 ‘전세’, ‘월세’, ‘무상임대’로 나뉜다. 여기에서 월세는 또다시 보증금이 없는 ‘순수 월세’와 ‘보증금이 있는 월세’ 그리고 임차 기간 내 월세를 한꺼번에 지급하는 사글세’로 세분된다.(아주 드물게 일세도 존재한다)

202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임차 가구 중 전세 비중은 36.6%이다. 여기에서 임차 가구는 전세, 월세, 사글세, 무상임차를 모두 포함한다. 이는 2000년 전세 비중 61.6%에 비해 크게 하락한 것이다. 반면 2020년 기준 월세 비중은 54.0%이며 이는 20년 전 27.5%에 비해 크게 상승한 수치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조금 주의할 점이 있다. 앞의 수치는 통계청이 5년마다 실시하는 "인구주택총조사 표본 집계 결과"에서 인용한 수치(매년 실시하는 국토부의 “주거실태조사”에서는 주택의 점유 형태가 자가, 임차, 무상만으로 구분한다)인데 여기에서 말하는 '월세'는 금액에 상관없이 월마다 지급하는 돈이 있으면 모두 월세로 분류된다. 즉, 흔히 말하는 '반전세'도 월세로 분류되는 것이다. 따라서 상당 기간 지속된 전셋값 상승 속에서 전세보증금 상승분을 월세로 지급하는 '반전세'의 증가분이 상당수 포함된 것이지 순수 월세가 그만큼 증가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확대된 전세 비중만큼 보증금 있는 월세 비중이 늘어난 점을 보면 이러한 추측에 힘을 실어준다. 이와 달리 한국주택금융공사에서 실시하는 "주택금융 및 보금자리론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3년 기준으로 임차 가구 중 전세 비중은 60.6%에 달한다. 이러한 차이는 응답자가 '반전세'를 전세로 생각하는지 '보증금 있는 월세'로 인식하는지에 따라 다를 수 있다. 한편, 한국부동산원에서는 월세를 월세 보증금의 규모, 더욱 정확하게는 월세 대비 배수에 따라 ‘월세’(보증금이 월세의 12배 미만), ‘준월세’(보증금이 월세의 12배 이상, 240배 이하), ‘준전세’(보증금이 월세의 240배 초과)로 나누고 모두 ‘월세’(광의)로 간주한다. 다만 한국부동산원은 이렇게 세분한 각각의 월세에 대해 지수를 산정하고 있을 뿐 임차 가구 중 각각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지는 산출하고 있지 않다.

한편, 일부에서는 전세가 월세로 전환됨에 따라 전세제도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하지만, 우리나라 국민들은 주택 구입 수단으로 전세제도를 활용하고 있는 데 반해 전세보증금을 금융자산의 형태로 보유하고 있지 않아 반환할 보증금이 부족하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전세제도가 상당 기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상당수의 임대인들은 전세보증금을 받아 예금 등 금융상품의 형태로 보유하는 것이 아니라 주택구입자금(소위, 갭투자)으로 활용하는 등 그 순서가 ‘주택 구입 → 주택임대차 계약 체결 / 전세보증금 수령 → 예금 등 금융상품으로 보유 → 주택임대차 계약 해지 / 전세보증금 반환’이 아니라 ‘주택임대차 계약이 체결된 주택 구입 → 신규 주택임대차 계약 체결 / 전세보증금 증액 → 신규 전세보증금으로 기존 전세보증금 반환’이므로 사실상 전세보증금 전액을 상환할 자금이 부족하다. 따라서 앞서 언급한 통계상 월세 비중이 증가하는 것도 ‘전세 → 완전 월세’라기 보다는 ‘전세 → 보증부 월세(또는 준準전세)’의 전환이 상당수 차지한다고 판단된다.

전셋값 동향
우리나라 전세 가격은 매매 가격과 유사한 움직임을 보인다. 2004년 이후 전세 가격도 장기적으로 상승 추세를 보였다. 특히, 2019년말부터 전세 가격이 급등하였는데, 전국 아파트 전세 가격은 2년 2개월 동안 18.1% 상승하였다. 그러다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따른 고금리 환경으로 전세 가격은 급락으로 전환되었다. 이에 급등기 이전 수준보다 더 하락하였는데 2022년 2월부터 1년 6개월 동안 16.7% 하락하였다. 이는 2015년 5월 수준이다. 한편, 서울 아파트 전세 가격의 변동성은 더 컸다. 비슷한 시기에 상승할 때는 14.3% 상승하고 하락할 때는 19.4% 급락하였다.


우리나라 전세보증금 규모
전세와 보증부 월세(또는 준(準)전세)는 개인 간 거래를 통해 임대인이 임차인으로부터 빌리는 직접 부채이다. 따라서 일종의 가계부채이고 가계부채는 금융시스템 안정성과 거시 경제 전반에 영향을 끼칠 수 있어 적정 수준으로 관리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개인 간 부채는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아 우리나라의 가계 부채가 다른 나라에 비해 과소 평가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김세직 등(2021)은 KB부동산, 한국부동산원 그리고 실거래가 정보 등을 활용하여 우리나라 전세보증금준전세 보증금 규모를 추정하였다. 추정 결과,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전세 부채(전세보증금과 준전세 보증금)는 약 720~900조원에 이른다. 같은 시점 한국은행에서 집계하여 발표하는 우리나라의 가계신용은 1,729조원이며, 이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이 912.2조원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사인 간의 대출인 전세 부채는 금융기관이 가계에 대출한 주택담보대출과 맞먹을 정도로 그 규모가 크다. 물론 가계의 전세부채는 상대방인 가계의 입장에서는 자산이므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지만 금융위기라는 것이 부채에 대한 지급불능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지, 자산을 재빨리 유동화시켜 부채를 상환할 수 없다면 자산을 얼마나 많이 가졌는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IMF, BIS 등 여러 기관에서 일정 수준(통상 GDP 대비 비율로 표시)을 초과하는 가계부채가 금융시스템 위기를 유발하고 성장률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경고하고 있고 특히, IMF(2020)는 우리나라
금융부문평가프로그램(Financial Sector Assessment Program, FSAP)’에서 전세제도로 야기될 수 있는 가계 금융리스크를 우리나라 시스템 리스크로 지적하였다. 또한, 전세 보증금을 자산으로 인식할 수 있는 임차인이라 하더라도 활용 불 가능한 자산이며 이 또한 전세 대출 등 부채를 통해 형성된 자산 일 가능성이 높아 오히려 소비를 위축시킴으로써 거시 경제의 부정적인 영향은 더 커진다. 다만, 전세자금 대출을 받아 전세보증금을 지급한 사례도 있으므로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또는 가계신용)를 구할 때, 한국은행이 제공하는 가계신용에다가 전세 부채를 단순히 더하면 일부 중복으로 계상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하여야 한다.


한편, 한국경제연구원(2023)도 김세직 등(2021)의 방법론(KB부동산 평균전세가격 활용)을 준용하여 전세 및 준전세 보증금 규모를 추정하였는데 이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세·준전세 보증금은 1,058.3조원이며 2020년 968.9조원과 비교하면 2년간 89.4조원(+9.2%) 증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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