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출산율을 결정하는 요인들(2)

인구와 경제

by Blue Dot 2023. 12. 12. 20:41

본문

출산력은 결혼 여부, 결혼 연령, 출산 여부 및 출산아 수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출산력 나아가서 인구 증감은 ‘결혼 여부’, ‘결혼 연령’, ‘출산 여부’, ‘출산아 수’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아래에서는 시간이 지 남에 따라 우리나라에서 각 결정 요인들이 어떻게 변화되어 왔으며 나아가 각 결정 요인들이 왜 그렇게 변화되었는지를 살펴볼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침으로써 출산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사실, ‘결혼 여부’가 출산율을 결정하는 주된 요인으로 언급되는 이유는 우리나라의 특수한 상황 때문이다. 우리나라 국민들에게는 결혼을 하지 않고 출산을 하는 ‘혼외 출산(births outside of marriage)’이 흔 한 일이 아니다. 이러한 성향을 숫자로도 확인이 가능한데, 2020년 현재 우리나라의 혼외 출산 비율은 2.5%로 OECD 평균(40.2%)뿐만 아니라 OECD 소속 국가 중에서 최저 수준이다. 또한 우리나라는 25년간 혼외 출산율 비율도 1.3%p 상승에 그쳐 OECD 평균 수준인 16.0%p에 한참이나 못 미쳤다. 이와 같은 현상은 일본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는 등 동아시아 국가의 사회문화적 특징으로서 향후에도 혼외 출산율이 급속히 상승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이렇듯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출산이 결혼이라는 제도 안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결혼 여부 및 결혼을 하지 않는 이유를 분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뒤에서 언급하겠지만 최근 우리나라의 출산율(합계 출산율) 저하의 주요 요인이 바로 결혼을 포기하기 때문이다.

 

주요국의 혼외 출산율 (자료:  OECD family database)

 

결혼 여부 : 최근 청년들에게는 결혼이 필수가 아닌 ‘선택’이다

 

요즘 결혼을 포기하거나 결혼 자체를 원하지 않는 청년들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결혼이 ‘필수’에서 ‘선택’ 사항으로 그 인식이 많이 변하였다. 청년층의 결혼에 대한 이러한 인식은 실제 수치로도 나타나는데, 우선 시간이 지날수록 결혼을 해야 한다(반드시 해야한다와 하는 것이 좋다의 합)는 견해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반면 결혼을 선택 사항으로 보는 견해(해도 좋고 하 지 않아도 좋다)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또한 결혼을 선택 사항 으로 보는 견해는 남성보다는 여성이 더 많이 가지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2008년에는 여성의 61.6%, 남성의 74.6%가 결혼에 대해 반드시 하거나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으나, 2022년에는 그러한 비율이 여성은 44.4%, 남성은 55.8%로 하락한다. 반면 결혼을 선택 사항으로 보는 견해는 동 기간 여성은 33.3%에서 48.7%, 남성은 21.9%에서 37.7%로 크게 증가한다. 또한 결혼을 선택 사항으로 보는 견해는 교육정도가 높을수록 그리고 직업이 전문직 일수록 보다 높게 나타난다. 다만, 동 통계는 13세 이상 남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하였고 이미 결혼한 사람도 포함되어 있다.

 

결혼에 대한 견해 (자료:  통계청, ”사회조사“, 각년도)

 

한편, 19~49세의 미혼남녀만을 대상으로 본인의 결혼 계획에 대해 물어보았을 때의 결과도 위의 설문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 다. 다만, 이성 및 결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기간이라고 볼 수 있는 25~29세 미혼남녀의 ’결혼할 생각이 있다‘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그 이후에는 결혼을 포기하는 경향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미혼남녀(19~49세) 본인의 결혼 의향(2021년 설문) (자료: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가족과 출산 조사」, 2022)

 

그러면 미혼남녀가 현재까지 결혼을 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남녀 모두 결혼자금 부족, 고용상태 불안 등 ‘경제적인 요인’이다. 앞서 지적한 대로 우리나라는 결혼 여부와 출산 여부가 상대적으로 관련성이 크기 때문에 경제적 상황과 출산율과의 관계에 대한 연구결과를 우리나라에 있어서는 경제적 상황과 결혼 여부와의 관계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비추어 보면 설문조사 결과대로 경제적 안정성이 실제로 결혼뿐만 아 니라 출산이라는 의사 결정을 하는 중요한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보았듯이 공무원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세종시의 출산율이 여타 다른 도시보다도 높은 이유도 어느 정도 설명이 가능하다. 물론 이러한 설문조사의 한계를 제대로 인식하여야 할 필요는 있으나 정책을 마련하는 데 있어 무시할 수 없는 귀중한 자료인 것도 사실이다.

 

결혼을 하지 않는 이유(13세 이상) (자료:  통계청, ”사회조사“)

 

한편, 우리나라의 경우는 결혼한 여성의 출산율(유배우<有配偶> 출산율)은 일반 합계 출산율보다 훨씬 높다. 우리나라 여성들은 대체로 결혼을 하면 1명보다는 2명의 자녀를 출산한다고 볼 수 있으며 이는 학문적 분석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철희(2012) 및 이상협 외(2016) 에 의하면 15~49세 여성의 유배우자 비율이 지난 2000년 수준(70.4%, 참고로 2016년은 50%)으로 유지되었다고 가정하였을 때 배우자가 있는 여성의 합계출산율, 즉 유배우 합계출산율은 2015년 2.5명, 2016년 2.23명으로 우리나라의 2차 베이비붐(1979~1982년)이 끝난 직후인 1983년(2.06명)보다 높고 심지어 대체출산율을 상회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마찬가지로 2000년 수준으로 유배우자 비율이 유지되었을 때 결혼하지 않은 여성까지 포함하여 산출한 가상적인 합계출산율도 2016년에 2.01명으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인구 전문가들은 "저출산 대책의 패러다임이 '아이 낳기 좋은 사회'에서 '결혼하기 좋은 사회'로 바뀌어야한다"고 말한다. 정부가 저출산 대책을 처음 내놓은 2006년부터 12년간 쓴 예산(126조 8834억원)의 65.5%는 무상 보육교육비와 시설 지원비로 쓰였다. 이미 결혼한 부부가 아이를 잘 낳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저출산 대책의 초점이 맞춰진 것이다. 다만, 일부 연구(계봉오 등, 2022) 에서는 기존 방식(연령에 기반한 유배우 합계출산율)으로 산출한 유배우 출산율은 비정상적으로 높게 나타난다고 지적하면서 새로운 방식(혼인기간에 기반한 접근법)으로 산출했을 경우에는 실제 합계출산율보다는 높지만 기존 방식으로 산출한 유배우 출산율보다는 낮다고 말한다. 이에 따르면 2005~2016년 기간 동에 유배우 출산율은 1.40~1..60에서 등락을 반복하는 패턴을 보인다. 더욱이 유배우 출산율 마저도 2015을 정점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2020년에는 1.13까지 하락한다. 이 연구는 2015년 이후 관찰되는 합계출산율 하락세의 요인이 ‘결혼을 하지 않아서’ 뿐만 아니라 결혼을 하더라도 출산을 꺼리기 때문임을 시사하고 있다.

 

유배우 출산율 (자료:&nbsp; 이상협 외(2016), 조선일보(2017.11.9))

 

결혼 연령 : 1990년과 비교해서 남성은 5.9세, 여성은 6.5세 가량 늦어졌다

 

우리나라 남녀의 결혼 시기는 지속적으로 늦어지고 있다. 2022년중 혼인한 남성의 평균 결혼(초혼) 연령은 33.7세이며 여성의 평균 결혼(초혼) 연령은 31.3세이다. 이는 1990년에 비해 남성은 5.9세, 여성은 6.5세 늦어진 연령이다. 특히 서울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결혼 연령은 전국 평균보다 6개월에서 1세 가량 더 높다. 사회 경쟁이 치열한 데다 주거비 등 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결혼 연령이 늦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상대적으로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한 서울지역에서 여성의 결혼 연령과 전국 평균과의 차이가 남성보다 크게 나타난다. 이와는 달리 대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세종시에 거주하는 남녀의 결혼 연령은 전국평균과 거의 유사하다.

 

평균 초혼 연령 변동 추이 (자료: 통계청)

 

한국보건사회연구원(2021)이 수행한 설문 조사도 유사한 결과를 보여준다.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혼 여성의 평균 출생아수는 초혼 연령이 높을수록 줄어든다. 예를 들어 24세 이하에 결혼한 여성은 평균 2.00명의 자녀를 낳았으나 35세 이상에 결혼한 여성의 평균 자녀수는 1.25명에 불과하다. 이처럼 결혼(초혼) 연령이 높아질수록 출생아 수가 줄어드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기혼여성(19~49세)의 초혼 연령별 출생아수 (자료:&nbsp; 한국보건사회연구원(2021))

 

비교적 최근에 출생한 코호트 중 주목해야하는 출생코호트가 있다. 바로 2001년 및 2002년생(보다 넓게는 2001~2005년생)이다. 2001년 출생아수는 전년과 비교하여 12.6%, 2002년 출생아수는 또 다시 전년과 비교하여 11.3%가 감소(2001~2005년 출생아수는 직전 5년간인 1996~2000년 출생아수에 비하여 24.6% 급감)하였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소위 IMF 사태) 직전인 1996년 혼인율(조혼인율<粗婚姻率>, 인구 1000명당 혼인건수)은 9.4건이었는데 1997년에는 8.4건으로 급락하더니 2000 년에는 7.0건 2002년에는 6.3건까지 떨어진다. 경제적 불안으로 인하여 결혼을 미루고 이에 따라 2001년 및 2002년 출생아 수가 급감하는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한편, 우리나라의 출생아 감소를 요인별로 분석한 연구(우해봉・장 인수, 2017)가 있는데, 이에 따르면 결혼 시기 및 출산 시기 연기(아래 에서는 템포 조정이라 한다)가 출생아 감소에 큰 영향을 주었다. 구체적으로 보면 우리나라 출생아 수는 1994년 721,185명에서 2014년 435,435명으로 20년간 287,750명 감소하였다. 이러한 출생아 수 변동를 요인별로 나누어 살펴보면 출산율 감소(C) 효과가 가장 크며(-108,946명, 37.82%), 출산 시기 연기에 따른 템포 조정(T) 효과(-87,247명, 30.29%) 및 가임기 여성 인구 감소로 인한 코호트(C) 효과 즉 인구모멘텀 효과(-85,411명, 29.65%)가 다음으로 큰 요인이 다. 다만, 위 20년의 시기를 10년 단위(1994~2004년, 2004~2014년)로 세분하여 분석해 보면 첫 10년간에는 템포 조정(T) 효과가 가장 높았고 이어지는 10년간에는 코호트(C) 효과가 가장 컸다.(템포 조정은 오히려 출생아 수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였다.) 1990년대 중반 들어 결혼 시기가 급격히 늦어지면서 출생아 수가 급격히 줄었고 2000년대 중반 들어서는 이미 감소한 가임기 여성의 인구수로 인해 출생아 수가 줄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최근에는 결혼 연령이 이미 많이 늦어져 템포 조정이 출생아수 감소에 크게 영향 을 미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결혼연령이 낮을수록 출생아 수가 많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출생건수 변동의 요인별 분해(1994~2014) (자료:&nbsp; 우해봉&middot;장인수(2017))

'인구와 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출산율을 결정하는 요인들(4)  (0) 2025.05.03
출산율을 결정하는 요인들(3)  (1) 2023.12.20
출산율을 결정하는 요인들(1)  (1) 2023.12.06
왜 인구인가?(7)  (1) 2023.12.05
왜 인구인가? (6)  (1) 2023.11.12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