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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화폐이론(Modern Monetary Theory: MMT) (1)

금융과 금융시장

by Blue Dot 2023. 12. 13.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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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코로나 진정 이후 수요 급증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국제 에너지가격 상승 등으로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나타나면서 최근에는 언급이 줄었으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장기간 이어져 온 전세계적인 저금리와 저물가 상황에서 급격하게 부상하였던 현대화폐이론(MMT)에 대해 살펴본다.

 

 

현대화폐이론(Modern Monetary Theory: MMT)은 정부의 발권력으로 재정지출을 늘려 완전고용(GDP 증가)에 도달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 화폐의 성격 등 주요 전제 아래 ①정부(중앙은행 포함)는 무한히 화폐를 발행할 수 있고, ②이를 재원으로 재정적자 정책을 실시하여 ③인플레이션 등 부작용 없이 완전고용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는 정부의 국채발행 → 금융시장에서 중앙은행이 국채매입주) → 정부에 대한 통화공급(이를 양적완화<QE>라 함) → 재정정책 시행의 과정을 거쳐야 함

주) 미/ECB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중앙은행의 정부대출 및 국채인수(직매입)을 법으로 금지(일본은 원칙적 금지<재정법 제5조>)하고 특별한 경우 국회의결로 가능, 한국은 한은법상 모두 가능

 

우선 화폐의 무한발행과 관련하여, 정부와 중앙은행은 사실상 동일하며 정부가 화폐로 세금을 수취하기 때문에 화폐를 무한히 발행*할 수 있다.

 

* 증표주의(Chartalism: 법정화폐주의) : 화폐의 기원이 시장(교환의 매개)가 아니라 국가(세금납부)이며, 화폐공급은 외생적(중앙은행의 발행)이 아니라 내생적(민간신용이 화폐공급을 결정)

 

다음으로 재정적자(정부부채)와 관련해서는, 적자는 신규 화폐발행으로 상환하면 되고 재정적자로 인한 금리 상승은 발생하지 않으며*(구축효과 없음) 경제성장에 부정적으로 작용하지도 않는다.**(리카도 동등성정리 미작동)

 

* 통화발행을 통하여 재원을 조달하므로 민간부문과 재원조달이 경쟁하지 않으며, 현실에서 투자는 금리가 아닌 수요전망에 따라 결정

** 경제주체들이 미래 상환부담을 고려하여 현재 소비/투자를 결정할 만큼 합리적이지 않으며 적자 재정정책으로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자연적으로 정부부채 상환

 

마지막으로 인플레이션과 관련하여, GDP갭이 음수(-)인 상황에서 재정적자는 인플레를 야기하지 않으며, 발생한다하더라도 증세 및 금리인상으로 해결 가능하다. 

 

한편, 화폐공급(발행)은 정해진 금리정부 등의 화폐수요에 따라 임의로 조정되므로 화폐공급공선 및 LM곡선은 수평*이다. 여기에서 국채발행과세는 재정정책 재원조달 수단이 아니라 민간 유동성 흡수를 통한 인플레이션 조정을 위해 필요하다. 따라서 국채발행은 재정정책 수단이 아닌 통화정책 수단인 셈이다. 

 

* 이에 반하여 주류경제학에서의 화폐공급은 금리와 관계없이 외생적으로 중앙은행이 결정하므로 화폐공급곡선은 수직이며 LM곡선은 우상향

 

<MMT의 기본 전제>
① 정부(중앙은행포함)는 정부가 발행하는 화폐로만 세금을 수취
② 세금납부자는 납세에 필요한 화폐를 얻기 위해(화폐수요) 재화와 용역을 제공
③ 정부는 이러한 재화와 용역을 구입하기 위한 화폐를 발행
④ 화폐는 조세의무를 부과한 정부가 수취하므로 가치를 지님
⑤ 정부는 재화 용역의 구매량을 통해 화폐의 가치를 결정
⑥ 민간은행의 신용화폐는 정부가 발행한 화폐를 기초로 하는 레버리지 자산

 

이러한 MMT는 1970년대 위렌 모슬러(미국 경제학자)가 발전시켰으나 당시에는 주목받지 못하다가 2015년경 미국 정치인들이 수용하면서 급부상하였다. 우선, 미국 민주당 경선에서 샌더스 상원의원('15년)과 오카시오 코르테즈 하원의원('19년) 등이 재정정책 재전을 설명하면서 MMT를 인용하였다. 이에 더하여 스페파니 캘턴(스토니브룩대학교, 샌더스의원 전 경제고문), 랜덜 레이(바드칼리지) 등 포스트 케인스학파*(광의)들이 이론적 토대를 제공하였다. 이전에는 증표주의를 주창한 크나프, 협의의 포스트 게인지언인 칼레츠키, 민스키, 신제도학파 학자들이 MMT에 영향**을 주었다.

 

* 케인스학파(주류경제학 좌파) 및 새고전학파(주류경제학 우파) 등 주류경제학(광의의 신고전학파 종합)에 대비되는 비주류경제학

** MMT 학자들은 케인스(화폐의 기능 중 으뜸은 가치저장)도 MMT를 지지한다고 주장

 

MMT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일본 등이 양적완화를 통한 대규모 통화발행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으면서 주목받게 되었다. 즉, 양적완화를 실시한 미국, 일본, EU 등의 화폐에 대한 신뢰가 붕괴되기는 커녕 오히려 해당 화폐 수요가 증대되었고 이를 통하여 MMT 학자들은 주류경제학이 주장하는 '장기 대규모 통화발행 → 인플레인션 유발'이 허구하고 주장하였다.

 

이에 MMT는 확장적 재정정책에 정당성을 제공함으로써 정부부채 비중이 높은 미국, 일본 정치권을 중심으로 확산되었다. 미국은 2015년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버니 샌더스가 정부 지출 확대를 강조하면서 MMT가 대중에게 알려졌고 2019년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오카시오 코르테스 하원의원이 정부재정을 재원으로 한 그린 뉴딜정책을 제시하면서 관심이 증폭되었다. 일본에서는 자민당 내 MMT 연구모임이 결성되었고, 일부 의원은 자국 통화를 필요한 만큼 발행해도 파산하지 않을 거라며 재정지출 확대를 하였다. 또한, 골드만삭스는 경기둔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통화 완화 정책을 보완할 수 있도록 재정정책 별행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 일본은 1999년 2월, 전례없는 제로금리 시대를 개시하였고, 2001년 국채매입 이후 대규모 양적 완화정책을 지속중이며 정부부채가 과도함에도 낮은 물가상승률을 보여 MMT 지지자들의 실증 사례로 꼽히고 있다.

 

한편, 재정정책에 비해 통화정책 효과가 가시화되지 않고* 오히려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 증대 및 금리 하락이 경기둔화의 자기실현적 예언으로 작용한 측면이 있고, 2008년 글로벌 금융우기 이후 주요국의 정책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국가의 경기회복이 가시화되지 않는 등 통화정책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적극적인 재정정책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재원으로서의 통화발행응 옹호하는 시각이 대두되었다.

 

* 2019년 잭슨홀 미팅의 주제가 '통화정책의 도전'이었던 것처럼 주류 경제학계도 저금리 상황에서 추가적인 퉁화완화 정책 효과에 한계가 있음을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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