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및 연금 : 고령화는 건강보험을 중심으로 재정지출을 증대시키고, 저출산·고령화로 연금의 수급연령·소득대체율·보험료율 조정은 불가피하다
인구 변동에 따른 재정 불안 내지는 재정 적자는 자명하다. 생산가능인구 감소 및 이에 따른 생산량 축소는 세수 부족으로 이어지고 인구 고령화는 이들 계층에 대해 의료비를 중심으로 사회보장지출 확대를 야기한다. 자연스럽게 재정수지는 악화된다. 고령화에 따른 재정수지 악화의 많은 부분이 연금제도(특히, 국민연금)에 기인하는데 이는 나중에 보다 자세하게 살펴보기로 하고 여기에서는 연금 이외의 사회보장지출 확대로 인한 재정 수지
악화에 대해서 살펴보기로 한다. 송호신・허준영(2017)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65년까지 경제성장률이 1%일 때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연평균 약 2조 8천억원의 재정 지출이 추가로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건강과 복지수요 증가로 사회보호 및 보건 분 야에서 매년 평균 5조 6천억원의 지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저출산으로 교육에서 5천억원, 공공서비스 등에서 2조 3천억원 정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향후 50년 동안 고령화로 인한 추가 재정지출 규모는 14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건강복지정책연구원(2017)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령인구의 의 료비 총액은 2015년 22조 2천억원에서 2020년 35조 6천억원, 2030년 91조 3천억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기획재정부 등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건강보험, 장기요양보험, 고용보 험, 산재보험 등 4대 공적보험의 지출규모는 2016년 709조 9천억 원에서 2025원 158조 2천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4대 공적보험의 지출확대로 인한 재정수지도 2016년 5조 2천억원 흑자에서 2025년에는 2조원 가량의 적자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연금제도에 대한 개혁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선진국가에서 매우 중요한 도전 과제가 되고 있다. 사람들의 기대수명이 늘어나 고령인구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데 반해 출산율 저하로 젊은 세대 인구는 줄어 들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진국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일반 국민들의 노후 생활 보장에 기여해 왔던 연금제도를 유지하기 위해 재정 안정화 및 제도 개혁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사실 우리나라의 연금 제도(여기에서는 국민연금에 한정하기로 한다)는 여타 선진 국에 비하여 덜 성숙한 상태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고령화 및 출산율 저하 속도는 매우 빠르고 노령인구 빈곤 문제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물론 연금제도의 개혁 또는 개선은 두 가지 큰 방향에서 이루어진다. 전(全)국민에 대해 사각지대 없이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보장하는 ‘노후 소득 보장 강화’와 이를 위해 연금기금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재정 안정(또는 기금 고갈 방지)’ 이 그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노령화 등 인구 변동이 급격히 진행됨에 따라 대체로 ‘재정 안정’ 또는 '기금 고갈 방지'가 '노후 소득 보장 강화'보다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아래에서도 주로 ‘재정 안정’에 초점을 두고 논의를 진행하기로 한다. 인구 변동 중 연금제도와 관련 깊은 것은 ‘고령화’이다. 물론 고령화를 야기하는 요인이 출생아 수로 나타나는 출산율과 기대여명, 특히 연금 수령이 개시되는 연령(우리나라의 경우 1969년 이후 출생자는 65세부터 국민연금 수령)의 기대여명이다. 한편 인구 변동이 연금 제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서 필요한 지표로는 노령인구의 부양비(扶養比)와 노령자 고용률 그리고 노동자의 실질은퇴 연령이다. 앞서 출산율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살펴보았으니 여기에 서는 기대여명에 대해 알아보자. 2021년 현재 우리나라의 65세 여성은 추가로 23.7년(기대여명)을 더 살 것으로 예상(즉, 88.7세까지 살 것으로 예상)되고 65세 남성의 기대여명은 19.3년으로 예상(즉, 84.3세까지 살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이러한 기대여명은 속도는 늦어지겠지만 점진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정부는 국민연금법에 따라 국민연금 장기재정수지를 계산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민연금 제도개선, 기금운용 발전방안 등 국민연금 운영 전반에 관한 계획을 수립하는 재정계산을 5년 마다 실시하여야 한다. 이미 2003년 1차, 2008년 2차, 2013년 3 차에 이어, 국민연금 30주년인 2018년 4차 재정계산을 끝냈다. 제도발전위원회는 기금이 3차 때보다 3년 이른 2057년에 고갈될 것으로 추정하였다. 물론 기금이 고갈된다고 해서 연금 지급이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연금 재정방식은 크게 ‘부과방식’, ‘완전적립방식’ 그리고 ‘부분적립방식’ 등 3가지로 분류한다. ‘부과방식’은 연금 지급 사유가 발생할 때 그에 맞게 급여액을 조달하는 방식으로 내가 현재 내는 보험료가 내 몫으로 적립되지 않고 현재 연금수급자의 연금지급 재원으로 쓰인다. 즉 젊은 세대 가 내는 보험료를 고령세대가 연금으로 받아 가는 형식이다. 대부분의 연금 선진국들이 현재 운영하는 방식이며 약간의 완충기금(Buffer Fund)을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재원을 적립하지 않는다. 이러한 부과방식에서는 인구구조가 가장 중요한 변수이다. ‘완전적립방식’은 연금으로 지급할 재원을 보험료 등의 수입으로 미리 적립해두는 방식으로 내가 낸 돈을 내가 받아가는 구조이다. 공적연금이 아닌 퇴직연금이 바로 완전적립방식이다. 따라서 완전적립방식에서는 기금운용수익률이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된다. ‘부분적립방식’은 기금을 적립해 나가되 완전적립방식과 같이 지급할 연금 액의 100%를 적립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후세대 부담을 담보로 해서 지급할 연금액의 일부만을 적립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의 국민연금제도가 현재 부분적립형연금제도로 운영되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의 국민연금에서는 인구구조와 기금운용수익률 모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연금재정의 안정화를 위해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우선 연금 수령 개시 연령을 늦추는 방안, 연금의 소득대체율을 낮추는 방안 (즉, 연금을 덜 지급하는 방안), 연금(보험료) 납부액을 늘리는 방안, 연금 기금 운용 수익률을 높이는 방안을 들 수 있다. 물론 생산가능 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한다면 연금 재정 안정화를 달성하기는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이에 우리나라 정부는 연금재정의 안정화를 위하여 연금 수령 개시 연령을 점진적으로 높이고 연금의 소득대체율을 점진적으로 낮추는 한편, 보험료율을 인상하였다. 연금 수령 개시 연령을 60 세에서 65세까지 단계적으로 높였으며 최초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도 생애 평균 소득의 70% 수준이었으나 2028년까지 40% 수준까지 점진적으로 낮추도록 하였다. 뿐만 아니라 보험료율을 초기 3%에서 9%까지 인상하였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나라 인구의 고령화 및 저출산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연금 수령 개시 연령을 지연시키고 소득대체율을 더 낮추는 한편 보험료율을 인상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2020년 현재 우리나라의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62세인데 이는 OECD 평균 및 주요국에 비하여 다소 낮은 편이다. 대부분의 국가는 이미 65세부터 연금 수급을 개시하고 있고 OECD 34개국 평균은 64.2세이다. 한편 연급 수급 연령의 상향 조정도 우리나라에서만 논의되는 것은 아니다. 노령화가 지속되고 기대 수명도 길어짐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다른 나라에서도 연급수급 연령이 늦춰지고 있다.
다음으로 연금의 소득대체율에 대해서 살펴보자. 우선 대부분의 OECD 국가는 저소득 근로자(아래 표에서는 근로자 평균 소득 대비 배수 가 0.5로 표시되어 있음)에게 평균 소득자 및 고소득자보다 높은 연금의 소득 대체율을 적용함으로서 공적 연금이 사회보장제도 또는 소득 재분배 제도로 기능하도록 설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평균 소득 근로자의 소득 대체율은 31.2%인데 반해 저소득자는 43.1%로 이보다 높고, 반면에 고소득자는 18.6%의 낮은 소득 대체율을 적용하고 있다. 물론 소득과 관계없이 동일한 소득 대체율을 적용하는 국가(예를 들면 핀란드, 이탈리아, 터키 등)도 있으나 많은 국가는 우리나라와 같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다만, 우리나라의 소득 대체율 31.2%(평균 근로소득자)는 OECD 38개국 평균인 57.6%(이는 강제 사적연금 포함한 수치임)보다 매우 낮은 수준이다. 그렇다고 해서 저출산 및 고령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연금 재정 안정을 감안하 면 무턱대고 소득 대체율을 높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연금과 관련하여 마지막으로 언급할 사항은 보험료율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국민연금의 보험료율은 9%이다. 이는 OECD 평균 인 18.2%(2020년 현재)에 비하여 상당히 낮으며 프랑스(27.8%), 일본 (18.3%), 독일(18.6%)과 비교하여도 낮은 수준이다. 가입자가 납부하는 국민연금 규모가 적으니 어쩌면 앞서 언급한 우리나라의 소득
대체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 다시 말해 가입자가 향후 받아가는 금액이 적은 것은 당연한 귀결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우리나라의 국민연금 지급액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20~2030년 2.1%에서 2060년에는 7%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만약 소득대체율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높인다면 보험료율을 현재보다 상향 조정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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